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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시절

"코닥소식"
이란 잡지
를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처음 사진이란 것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이 1992년 그러니까 고등학교 1학년때 교내 사진 서클이었던 "빛무리" 활동을 시작하면서 부터다. 당시 고향인 대구에서는 드물게 활발한 서클활동을 지원하던 학교 중 하나였던 우리 모교 "대륜고등학교" 덕분이었고, 아버지께서 결혼초 어려운 형편에 큰맘 먹고 장만하셨던 낡은 Pentax MX 카메라 덕분이기도 했다. (그래도 지금에 비하면 그땐 훨씬 새거였지 ㅋㅋ)

당시 주변에 사진 전공을 희망하던 동기와 선배들이 있었고, 졸업생 선배들 중에도 사진 전공을 하신 분들이 몇분이 계셔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지금이야 인터넷에 널린게 정보이고(사진이든 어떤 전문분야든), 디카한두개 정도 안 가진 사람이 없지만, 당시만 해도 PC 통신조차도 생경하던 시절이기때문에 정보의 가치가 지금보다 훨씬 컸었고 더구나 사진은 몇몇 부유층이나 전문가들의 영역이었기때문에 다른 어떤 것 보다도 귀하디 귀한 정보였다.


"코닥 소식"을 만나다.

바로 그 시절 사진전공을 준비하던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잡지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코닥소식"이었다. 말했다시피 그 귀하디 귀한 사진 정보가 가득 담긴 그리고 당시 필름 카메라(일명 필카) 밖에 없던 시절에 필름 중에도 전문가들사이에서 제일 알아주던 코닥의 이름이 떡하니 박힌 안밖으로 럭셔리함이 가득한 잡지가 아닐 수 없었다.

그 내용을 생각해보면 요즘 잘 나가는 아마추어 사진 동호인 블로그에 비할 바도 못 되었던 것 같다. 몇장의 유명 작가 사진과 몇몇 컬럼이 전부인 얇은 책이었고(지금의 "무비위크" 류의 잡지들 정도의 두께, 재질, 분량), 비정기 간행물이라 다음호를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친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코닥 소식  과월호 보기 페이지를 보면 알겠지만, 지금은 발행이 중단된 듯 보이고, 2000년대 중반 부터는 지면에서 웹진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잡지는 무료였다. 하지만 위에 예로든 "무비위크" 같이 지하철 역에서 뿌리는 그런 잡지가 아니었다. 사진관을 통해 부탁하거나 코닥코리아에 직접 편지를 보내면 코닥에서 그렇게 접수된 사람들 중 일부 선택된 사람들에게만 무료로 배송해 준 아주 특별한 잡지였다. 따라서 당시 사진에 대해 좀 안다고 하는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이 코닥소식을 받아보고 있었으며, 사진에 대해 좀 안다는 사람들은 그 가치를 다 인정해 주는 그런 일종의 표식과 같은 것이었다.


포토 하우스 : 한국 최초의 사진 전문 도서관

잠깐 딴소리를 좀 하자면, 당시 "빛무리" 선배들 중에는 사진을 위해 자신의 젊음과 재산을 바친 선배들이 계셨다. (지금은 대부분 다른 일들을 하고 계시고 일부 선배는 사진학과에서 후진양성을 위해 힘쓰고 계시기도 하다.) 혹시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모르겠다만, 대구에서 우리 선배들이 한국 최초로 사진 전문 도서관(자료실?) "포토하우스" 를 설립했었다.

1995년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후배로서 달리 도와드릴 것은 없고 당시 나의 보물이었던 2년넘게 모아온 코닥소식 몇권을(10권 미만이었던 듯) 기증하였다. 처음에는 오프라인으로 시작한 "포토하우스"는 98년 최초의 사진 전문 검색엔진 photohouse.co.kr 을 론치하였지만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 너무 이른 때에 시작한 혁명적인 일들이라 빛을 못 본 게 아닌가한다.

그리고 내가 군대를 다녀온 사이 코닥소식은 폐간이 된 듯 하고(오늘에야 안거지만 웹진 형태로 계속 나왔던듯 하다) 포토하우스 역시 지금은 사라져버려 더이상 코닥소식을 볼 수 없게 되버렸다.


코닥 소식의 흔적을 찾아서...

문득 생각이 나서 찾아보니 아직도 코닥에서 홈페이지를 관리하고(사실은 방치하고) 있는 듯 보인다. 요즘 DSLR이 대세인데, 본인은 아직도 그때 그시절 Pentax MX 를 갖고 다닌다. 오히려 최근에 렌즈도 하나 장만했다.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듯 보이지만, 디카의 가벼움(현상비, 필름값의 압박이 없어서인지 다들 막 찍는거 같다.)이 싫어서 그리고 찰칵 거리는 셔터의 느낌과 필름 감아주는 맛이 좋아서 어쩔수가 없는 것 같다. (물론 불편한 점 엄청 많다.. ㅡ.ㅜ) 디카의 홍수속에 묻혀버린 아스라한 필름의 추억들을 한번 돌이켜 보니 왠지 흐믓해진다.

필름의 느낌과 디카처럼 정확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만들진 못하지만 투박하고 진지한 필름만의 매력이 가득했던 정겨운 그 시절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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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왕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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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ALTH 2007/04/27 11: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마전 뉴스에 나온 필카 메니아들 보면서 생각 났었는데,
    요즘같이 빠른 세상에 느리게 사는 의미를 아는 현우씨 ^^
    코닥에서 이런 열성마니아가 있다는걸 알면 상이라도 줘야하는거 아닌가? ㅋㅋ

    • BlogIcon 왕구라 2007/04/27 12: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난 진짜 오타쿠들에 비하면 축에도 못들어요 ㅋㅋ, 요새 블로그질에 푹 빠져서 이것저것 생각나는대로 적다보니 이런 것 까지 적게 되었네요.. ^^

  2. BlogIcon slowcreyon 2007/06/02 19: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쉽게도 이제 코닥의 한국법인은 5월 24일자로 국내 사업에서 철수 하였습니다. 카메라는 다른 수입업체에서 판매하고 인화지 및 약품등은 코닥판매한국에서 하게 됩니다. 예전 한국에서 거성과도 같던 코닥이란 업체가 글로벌 적으로 위협을 받고 있죠. 원천 기술 및 다양한 특허는 가지고 있지만 코닥은 분명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중국 공장은 지난달 완전 문을 닫았고, 이제 ... 하옇튼
    아날로그 를 접하는 기회도 그만큼 줄어들었습니다.